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μελετάω 조심하다 애쓰다 묵상하다/요한복음

처음에

(요 1:1-2)

Ἐν ἀρχῇ ἦν ὁ λόγος, 처음에 그 말씀이 계셨고 (1a)

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1b)

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1c)

οὗτος ἦν ἐν ἀρχῇ πρὸς τὸν θεόν. 그가 처음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2)

 

요한복음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일, 사건, 현상)들의 본질을 알려 줍니다. 

땅에서 통용되는 것들이 아니라 땅을 초월하여 존재하시는, 말하자면 초월적인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계시가 성경입니다.

그 계시는 땅을 향해 발하여 지고 땅의 역사와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역사는 계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선택은 역사적이지만 결코 하나님의 뜻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선택과 결심과 결단들은 허구한 날 죄를 더할 뿐입니다. 

하여튼 계시는 역사적이지만 역사의 산물은 아닙니다. 도리어 계시가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본질적으로 창조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면 시공을 초월하여 새로운 역사가 창출되지요.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영이시기 때문에 본래 인간이 음성을 내듯이 그렇게 말씀하시지는 않으십니다. 다만 성경에서 그렇게 하나님의 뜻을 전하신 이유는 인간을 배려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ויאמר אלהים) (창 1:3a)

여기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심은 성자를 통하여 만물을 창조하신 일을 가리킵니다. 사람처럼 말씀하셨다는 얘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말씀은 성자께서 성부의 뜻을 드러내어 알리고 이루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을 계시하시므로 친히 '말씀'(λόγος)/로고스/이라는 성호를 취하셨습니다.

인간이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말로써 밖으로 표출하듯이, 하나님의 창조하시려는 그 뜻을 로고스께서 이루어 나타내셨던 것입니다. 

 

Ἐν ἀρχῇ ἦν ὁ λόγος, 처음에 그 말씀이 계셨고 (1a)

처음에 로고스가 계셨습니다. 하나님을 향하여 계셨고, 하나님으로 계셨습니다. 

그분은 창 1:1의 표현대로 '처음에' 하나님을 향하여 계셨습니다(1a).

이 '처음'(ἀρχῇ)/아르케/은 단순히 창조가 시작된 오래 전의 시점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근본적으로 만물의 창조 이전의, 피조물을 범위와 한계를 초월한 것을 가리킵니다. 말하자면 시간 이전의 어떤 것이겠지요. 

요한 사도는 어떤 피조물도 경험하거나 생각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을 말하고자 '처음'이라는 말을 쓴 것입니다. 

따라서 그 말씀이 시간의 창조 때부터 계시기 시작한 것이 아니고 이미 처음에 계셨기에 만물이 창조되던 시간 이전에도 영원 중에 계셨다는 의미입니다. 

 

καὶ ὁ λόγος ἦν πρὸς τὸν θεόν,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1b)

그리고 그 계심은(1b) 단순히 인간의 인지를 넘은 어느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나님과 밀접하게 상관하여 존재하고 계신다는 뜻입니다(πρὸς/프로스/'-을 향하여' 강한 지향성을 가짐). 

따라서 하나님과 분리된 로고스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또한 그분께서 하나님과 '함께' 계셨음은, 성자의 위격이 성부와 분명히 다르고, 또한 대등하다는 사실을 가르쳐 줍니다. 그 연합은 동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이로 말미암아 더욱 예수를 죽이고자 하니, 이는 안식일을 범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자기의 친 아버지라 하여 자기를 하나님과 동등으로 삼으심이러라 (요 5:18)

 

게다가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καὶ θεὸς ἦν ὁ λόγος. 그리고 그 말씀은 하나님이셨다. (1c) 

처음에 말씀이 계셨고 그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는 것은(1a-b) 사실 그뿐께서 하나님이셨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이 전하고자 하신 핵심이겠지요. 

그러니까 처음에 이미 계시던 중에 만물을 창조하신 행위로 하나님을 계시하신 그분께서 바로 땅을 초월하여 계시는 영원하신 하나님이셨습니다.

로고스가 처음에 계시고 언제나 하나님을 향하여 계실 수 있는 까닭은 로고스 자신이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도 선재하실 수 있고 본질상 하나님과 분리될 수 없으십니다. 

그러니 그분께서 땅으로 내려오실 때도 그 자신은 하나님이십니다. 

이처럼 말씀께서는 성부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시는 분이시므로 그와 구별되나 그 역시 영원하시고 초월적이신 동등한 하나님이십니다. 

이 모든 내용을 요한 사도는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οὗτος ἦν ἐν ἀρχῇ πρὸς τὸν θεόν. 그가 처음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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