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그리스도만 (막 9:5)
베드로가 예수께 고하되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니 (막 9:5)
사람은 복음과 성령의 충만한 은혜 가운데 있지 못하면
언제라도 땅의 것, 세상의 것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추앙하게 됩니다.
주님,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이 곳에 장막 셋을 세워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를 각각 모시겠습니다. (마 17:4, 현대인)
라고 한 것은 성령 충만한 상태에서 잘 말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그 다음절에 그들의 상태가 어떠했는지 확실히 나오니까요.
누가복음에도 9:33에 나옵니다.
(막 9:5) 이는 그들이 몹시 무서워하므로(ἔκφοβος)/엨포보스/‘심히 무서워하는, 공포에 가득 차 두려워하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지 못함이더라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든 정도가 아니고 공포에 질려 불안한 상태에서 나오는 대로 말한 것이지요.
이는 선지자와 사도들이 성령 충만하여 하나님의 뜻과 말씀을 전할 때와는 전혀 다른 상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전에도 이런 상태에 빠진 제자들을 꾸짓으셨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곁에 함께 계셨던 주님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예수님과 함께 탄 배에서 풍랑을 만났을 때(막 4:35-41; 마 8:23-27, 눅 8:22-25)
그들은 똑같이 심히 두려워했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계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광풍 속에서 공포에 질린 그들의 눈에는 주무시고 계신 주님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이에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막 4:40; 마 8:26).
...어찌하여 이렇게 무서워하느냐 너희가 어찌 믿음이 없느냐 하시니 (막 4:40)
또 한 예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면 위를 걸으셨을 때 제자들은 주님을 보고 유령인 줄 알았고,
소리를 지르며 혼란에 빠졌습니다(막 6:45-52).
그때도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들이 다 예수를 보고 놀람이라 이에 예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하지 말라 하시고 (막 6:50)
그때 제자들의 상태가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바로 그 다음절에 설명이 나옵니다.
성령 하나님의 충만하심과 사람이 감정에 북받치고 휘둘리는 것, 그리고 성령의 감동하심과 사람이 감동하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베드로는 공포로 가득 차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눅 9:33)
저 옛날 다윗이 실언했던 것처럼 이 땅에다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를 위한 초막(성막/성전)을 짓고자 간구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때 홀연히 빛난 구름이 그들을 덮으며 구름 속에서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막 9:7b)
베드로야 네 생각대로 하지 말고 오직 그리스도, 곧 복음의 말씀에만 순종하여라.
그런 의미겠지요. 만일 베드로의 그 간구가 하나님의 뜻과 말씀에 합한 것이었다면
그 뒤로 주님과 모세와 엘리야가 거하는 성전이 세워져서 그가 이 땅에서 눈으로 그곳을 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런 성전을 세우도록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죽기 전에 그와 같은 성전을 지은 적이 없습니다.
다시 본문에서 제자들의 상태를 보면 앞에서 예로 든 두 상황과 똑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서 들려온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또다시 큰 공포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습니다(막 9:6).
성령에 충만한 상태가 아니고 심한 두려움으로 인해 무슨 말을 할 지를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손을 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일어나라.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의 말씀으로 제자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습니까?
그러자 제자들의 눈에는 오직 예수님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마 17:8; 막 9:8).
공포심을 조장해서 제자들로 하여금 그들을 위해 초막을 지어 주님과 함께 마치 주님처럼 모시고자 하게 했던 사람들,
곧 모세와 엘리야가 제자들 눈앞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 제자들에게는 오직 그리스도만 보이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을 향하신 주님의 뜻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