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노아의 가정
창 9:18-29은 대홍수 심판과 언약에 속하는 내용이 아니고
10장의 족보에 연결된 단락입니다.
9:18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아들들은 셈과 함과 야벳이며 함은 가나안의 아버지라
9:19 노아의 이 세 아들로부터 사람들이 온 땅에 퍼지니라
(...)
10:32 이들은 그 백성들의 족보에 따르면 노아 자손의 족속들이요
홍수 후에 이들에게서 그 땅의 백성들이 나뉘었더라
‘노아 언약’이 9:17까지고,
노아의 세 아들로부터 사람들이 온 땅에 퍼졌고,
그 다음 본문의 일화와 노아 자손의 족속들의 족보가 나오고,
그들에게서 땅의 백성들이 나뉘었습니다.
방주에서 나온 노아의 세 아들로부터
사람들이 온 땅에 퍼지게 되었으며,
홍수 후에 노아가 350년을 살았고
950세에 죽었습니다(창 9:18-29).
노아 언약을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는 노아와만 언약을 맺으신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은 자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육신(생물) 사이에 언약을 세우셨지요.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아서 심판을 피해 살아남은 자
즉 의로운 ‘남은 자’에 대해서만 말씀하신 것이 아니고,
지금 있는 이 모습 그대로의 우리 모두를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언약을 맺으신 것은 노아의 의에 대한 보상이 아니고,
다만 이 땅에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신 일이었습니다.
노아의 의가 아닌, 하나님의 의여야만 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홍수가 끝난 후 어느 날.
믿음으로 구원받은 방주의 영웅 노아는
농부가 되어 포도원을 만들었습니다.
하루는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서
천막에서 벌거벗고 있었습니다.
그때 함이 아버지인 노아에게 모욕감을 주었고
화가 난 노아는 함의 아들 가나안을 저주합니다.
그런 뒤에는
하나님을 찬송할 것이라 말하면서
두 아들 셈과 야벳은 축복하고
가나안의 저주는 한 번 더 확인시켜 줍니다.
엉망이죠? 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노아가 술 먹고 실수한 것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다고 쳐도
자식이 아버지를 모욕하고
할아버지는 손자를 저주합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노아의 축복과 저주의 말도 이상합니다.
형제들 사이에 계급을 나누어
누구는 주인이 되고
누구는 종이 되기를 빌었습니다.
갑자기 이런 비극이 펼쳐졌습니다.
그것도 믿음의 영웅 노아의 가정에서...
남은 사람은 구원받은 그들 뿐인데
어찌 된 일입니까?
어둡고 죄악 된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의 모든 생물이 멸해졌습니다(창 8:21).
주의 목전에 은총을 입어 언약이 맺어진 새 시대.
이제부터는 정말 밝은 미래만 있을 줄 알았습니다.
대홍수 전부터 의인이요 당대의 완전한 자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뭐가 의인이고 완전합니까?
모든 악한 자들과 옛 세계가 진멸되고 난 뒤
새로운 언약으로 시작된 삶에서
옛 세상에 퍼져 있던 죄악이 다시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홍수 이후 350년간 노아에 관한 기록에서는
더 이상 그에게서 의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그와 그의 가족들 모두에게 일어난
비극만이 있을 뿐이죠.
본문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노아의 ‘신앙’이나 ‘의’ 같은 것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자칫 감상적으로 신앙과 경건의 모습을 추구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도 세상에서도,
보이는 모습과 행위에 대해서는
그것이 아무리 바람직한 모습일지라도
우리는 그 일을 행한 사람에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에게는 실망하게 되니
그 사실이 제일 먼저 확실히 드러나는 곳은 가정입니다.
성경 말씀의 가장 깊은 의미는
사람의 신앙을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노아의 영웅적인 믿음이나
우리가 가진 보잘 것 없는 이 작은 믿음은
노아와 우리가 영생의 구원을 얻게 된 요인이 결코 아닙니다.
노아의 신앙과 같은 것은
그것으로 행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여 주신
은총의 무게만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물을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라 할지라도 인간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악을 조성하는 외부 조건과 문제가 제거되어도
타락한 본성에 잠재된 부패성은 발현됩니다.
남은 자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지만
타락한 인류는 창조된 때의 상태가 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비극이 한 가정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의 일들이니
의인들이나 지혜자들이나 그들의 행위나
모두 다 하나님의 손 안에 있습니다(전 9:1).